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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생각/다른 생각

엄마를 부탁해

책 정보

엄마를 부탁해 - 창비

신경숙 지음

 

이미지 출처: Google

 

책을 선택한 이유

20여년 전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가슴 한 켠이 시리던지요. 요즘 들어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며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주관적 평점

'엄마를 부탁해'는 정말이지 명작입니다. 20여년 전에 읽었을 때는 그 내용에만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 읽으며 한 문장 한 문장 더 자세히 읽게 되고 문학적 표현이나 전체적인 구성까지도 보며 정말 훌륭한 명작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이 책을 읽으며 당시의 엄마들은 왜 그렇게 살았고, 우리의 엄마들은 왜 지금도 그들의 부모님, 손자녀까지 4대를 돌보면서도 하나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며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들은 이런 책들에 과연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엄마의 모습들이 그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어떤 엄마의 모습들이 기억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인간으로.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불려봤구. 

 

나는 기냥 어찌어찌 이 집서 살다가 영 혼자는 못살겠시믄 큰애 집에 들어가 마늘이라도 까주고 방이라도 닦아줌서 살겄지마는 당신은 어쩔 것이오? 평생을 넘의 손에 살어서 당신이 헐 줄 아는 게 뭐 있소이? 안 봐도 뻔하요이. 말수도 없는 늙은이가 방 차지하고 냄새 풍기고 있으믄 누가 좋아하겄나. 우리는 인자 자식들한테 아무 쓸모 없는 짐덩이요이. 더 살고 싶어도 나보다 오래 살지는 마요. 내가 잘 묻어주고 그러고 뒤따라갈 테니까는... 거기까지는 내가 할 것이니께는.

 

나는 엄마같이 못해. 할 수도 없어. 나는 내 아이들 밥 먹이면서도 자주자주 귀찮아. 아이들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거같이 느껴져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 아들을 진짜 내가 낳았나? 싶어 감격하지만 나는 엄마처럼 인생을 통째로 아이들에게 내맡길 순 없어. 이런 나를 깨달을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는지 엄마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우릴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 상황에서 그렇다고 쳐. 그런데 우리까지도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면 지냈을까.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 시절을, 나의 처녀 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는 꿈을 펼쳐볼 기회도 없이 시대가 엄마 손에 쥐여준 가난하고 슬프고 혼자서 모든 것과 맞서고, 그리고 꼭 이겨나갈밖에 다른 길이 없는 아주 나쁜 패를 들고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 일생이었는데. 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까.

 

엄마를 부탁해, 창비

 엄마를 부탁해, 창비, <신경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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