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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생각/다른 생각

노르웨이의 숲 - 상실의 시대

책 정보


노르웨이의 숲 - 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양억관 옮김



책을 선택한 이유


얼마 전 이 책이 출판 30주년을 맞이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한 기억에 한 번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책의 주관적 평점  ★★★


처음에 읽을 때는 '이 책이 왜 유명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루한 기분도 들고 여느 소설에 비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책의 내용에 몰입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습니다. 수려한 묘사도 뛰어났지만 삶에 대한 관철과 인간사의 일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야. 그러다가는 결국 실망할 뿐이니까."

 

 

우리가 여기에서 생활하는 것은 뒤틀림을 교정하려는 게 아니라 그 뒤틀림에 익숙해지기 위한 거라고 했어. 우리의 문제점 가운대 하나는 그 뒤틀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 걷는 버릇이 다 다르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고치려 한들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고치려다가는 다른 부분마저 이상해져 버린다고 말이야.

물론 이건 아주 단순화한 설명이고, 그런 건 우리가 품은 문제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는 분명 자신의 뒤틀린 부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 뒤틀림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아픔이나 고뇌를 자기 내면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여기 들어온 거야.

 

 

여기의 제일 좋은 점은 다들 서로 돕는다는 거야. 모두 자기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아니까 서로 도우려는 거야. 다른 곳은 그렇지가 않아. 애석하게도, 다른 곳에서는 의사는 어디까지나 의사이고, 환자는 어디까지나 환자일 뿐이지. 환자는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사는 환자를 돕는 거야. 그렇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스스로 서로를 도와. 우리는 서로의 거울인 셈이지. 의사는 우리의 동료고 우리를 지켜보다가 뭔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자연스럽게 다가와 도와주는데, 우리도 어떤 경우에는 그들을 돕기도 해.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그들보다 더 뛰어나니까.

 

 

아무 잘못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뭐든 솔직하게 말하도록 해. 그게 제일 좋은 거야. 만일 그 때문에 서로 얼마간 상처를 준다 해도, 아니면 아까처럼 누군가의 감정을 격양시킨다 해도 긴 안목으로 봐서 그게 제일 좋아.


 

 

가장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거야. 서두르지 말 것.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꼬이고 또 꼬여도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거나 다급한 마음에 억지로 끌어내려 해서는 안 돼.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는 생각을 갖고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 나가야만 해.

 

 

 

익숙하지 않으면 다들 그래. 냄새, 소리,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환자의 얼굴, 긴장감, 짜증, 실망, 고통, 피로 같은 것들 때문이야. 그런 게 위를 꽉 죄어 식욕을 빼앗아 버려. (중략) 친척이 문병 와서 여기서 같이 밥을 먹잖아. 그러면 모두 반은 남겨. 너처럼. 그래서 내가 덥썩 다 먹어 치우면 '건강해서 좋겠네. 난 가슴이 먹먹해서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라고 해. 그렇지만 간병하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남은 그냥 찾아와서 동정할 뿐이야. 화장실 수발도 들고 가래도 받고 몸을 닦아 주는 건 바로 나야. 동정만 해도 대소변이 처리된다면, 그 사람들보다 오십 배는 더 동정할 거야. 그런데도 내가 밥을 다 먹어 치우면 나를 비난 섞인 눈길로 바라보며 '건강해서 좋겠네.'라고 해. 나를 무슨 짐수레나 끄는 당나귀 같은 걸로

 

 

 

"가끔 세상을 둘러보다가 넌덜머리가 나. 왜 인간들은 노력이란 걸 하지 않는 거야. 노력도 않고 불평만 늘어놓을까 하고."

"내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정말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내가 뭘 잘 못 본 겁니까?"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고뇌하지 마요. 가만 내버려 두어도 흘러가야 할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때는 상처를 주게 되는 법이니, 좀 잘난 체를 할게요. 당신은 때로 인생을 너무 자기 방식에만 맞추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신 병원에 들어가는 게 싫다면 마음을 조금 열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요.

 

  

 

출처: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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