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의생각/다른 생각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책 정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Arte

백영옥 지음

 

 

 

책을 선택한 이유

 

카페에서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그 옛날 보았던 '빨강머리 앤'에 대한 향수로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책의 주관적 평점  ★★

 

'빨강머리 앤'의 향수가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아울러 작가의 자신의 삶에 대한 겸허한 해설 역시 돋보입니다.

 

지금같이 희망 없고 쉽게 되는 일이 없는 삶.

작가 역시 그와 같은 삶을 겪었고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빨강머리 앤'은 어쩌면 지금 우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긍정을 찾는 모습

 

힘든 일상에서 한 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럼 상상할 일도 없잖아요!"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 아닐까.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적당한 결핍은 쾌락을 증폭시킨다. 쾌락주의는 절제를 통해 그것을 깊게 체험하라는 말과 같다. 꽃은 활짝 피기 전이, 꿀은 먹기 전이 가장 달콤하다.
우리는 너무 즉각적인 만족의 세계에 사는 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에게 결과를 떠나 과정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히려 만끽이라는 말은 이 설렘 뒤에만 따라오는 충만일지도 모른다.

 

"전 이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기기로 작정했어요. 즐기겠다고 결심만 하면, 대게 언제든지 그렇게 즐길 수가 있어요!"

 

"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야망의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야망은 가질 값어치가 있지만 손에 넣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야. 자기부정, 불안, 실망이라는 그 나름대로의 장애물을 거쳐 싸워 나가야 하는 것이니까."

 

나는 삶을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 이렇게나 되는 일이 없어도 될까 싶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20대는 그런 시간이었다. 싹이 나든 나지 않든 무조건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뿌리고, 또 뿌리며 삭이 나오길 기다리던 막막한 시간들.


우리는 세상이 규정한 좋은 삶에 맞춰 인생 플랜을 만들고, 하나의 과제를 완성할 때마다 타인의 칭찬 스티커를 붙여 자신을 독려한다.

 

부당함에 대응해 화를 낸다는 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어려운가. 화를 내지 않는 게 매너를 넘어 약자들에게만 요구되는 부당한 감정 노동이 된 세상이다.

 

민들레고 제비꽃이라도 그것이 시들고, 활짝 피고는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닭이 독수리가 되는 게 아니고, 새장 속을 나와 하늘 높이 나는 게 나는 구원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장미가 아니라고 왜 슬퍼합니까? 어쨌든 꽃이잖아요. 꽃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한 거죠. 우리 같은 신부들이 하는 일은 그 꽃이 먼지 알려주고 사람들을 꽃 피우게 해주는 거에요.


비슷해 보이는 철쭉과 진달래조차 그것이 피고 지는 순서가 다른 것이다. 우리 또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어떤 꽃인지 아는 게 중요하고, 활짝 피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소중한 것이다.

 

결혼이란 건, 말하자면 앞으로 저 사람이 네게 한 번도 상상 해본 적 없는 온갖 고통을 주게 될 텐데, 그 사람이 주는 다양한 고통과 상처를 네가 참아낼 수 있는지, 그런 고통을 참아낼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될 거야. 살아가는 동안 상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누가 주는 상처를 견딜 것인가는 최소한 네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해야만 해. 그러니까 이 남자가 주는 고통이라면 견디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해.

 

난 말 많은 앤이 좋았다. 말없이 차분해진 앤의 변화가 그래서 서글펐다. 그때의 앤이 그리운 건, '영원히'란 말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 우리의 서정 시대 또한 끝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릴라 아주머니, 이토록 흥미진진한 세상에서 슬픔에 오래 잠겨 있기란 힘든 일이지요. 그렇죠?"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때론 멋지다. 잘못 들어선 길이 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오독이 더 멋진 해석을 낳기도 한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

 

실패할 것을 알지만 결국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것으로만'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의 성공 뒤엔 누군가의 실패가 있고, 누군가의 웃음 뒤엔 다른 사람의 눈물이 있다. 하지만 인생에 실패란 없다. 그것에서 배우기만 한다면 정말 그렇다.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인 실패도 있다.

 

꿈꾸는 청춘들 뒤에는 늘 그들의 꿈과 열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앎'을 '공부'로 '공부'를 다시 '교육'으로 바꾸면 벌어지는 일이다.  
누군가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밥벌이가 되는 구조. 어른이 되며 내가 목격한 꿈은 그렇게 퇴색되어갔다. 적어도 그것이 '꿈=직업'이란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 더욱 그랬다.

 

이제 나는 종종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가 아니라, '해야 하지만 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 말하게 된다. 나는 이제 '결핍'을 채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과잉'을 덜어내는 쪽이 아닐까란 생각도 한다.

 

 

출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Arte

'책의생각 > 다른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밀밭의 파수꾼  (0) 2017.02.15
야단법석  (0) 2017.02.14
FBI 행동의 심리학  (0) 2017.02.02
노르웨이의 숲 - 상실의 시대  (0) 2017.01.25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0) 2016.12.31